2013년 5월 19일 일요일

Seoul Jazz Festival 2013

20130518

근 3개월을 기다려 온 공연.
Damien Rice, MIKA, Kings of Convenience, Wouter Hamel, Jeff Bernat, Ramsey Lewis 등등
내로라하는 전세계 재즈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바로 그 곳, 서울 재즈 페스티벌!

12시 반부터 공연은 시작되었으나 우리의 오늘 목표는 스윗소로우, 제프버넷, 킹컨, 데미안 이었기에- 여유롭게 잠실 롯데마트에 들러 치킨, 빵, 과자, 생수를 잔뜩 사들고 들뜬 마음으로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날씨는 생각보다 덥진 않았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우리에겐 우비와 우산이 있기에...
티켓을 팔찌로 교환하고, 드디어 입장!

아직은 인기있는 공연들이 시작할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은 많이 없었다. 예상했던 교통대란도 없었고.

아무튼 우리의 첫번째 관람 스테이지는 Spring Garden. 수변무대였는데 뒷편에는 분수가 솟아오르고 계단식 구조로 이루어진 관람석이 너무 예쁜 무대였다. 원펀치라는 그룹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잘 몰랐던 그룹이지만 햇살과 바람과 분수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부드럽고 평화로운 연주가 너무 좋았고,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는 그런 상큼한 무대였다. 누구라도 한번쯤 그들의 공연을 보면 팬이 될 것 같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두번째로 우리는 무대를 옮겨 Sparkling Dome 으로 향했다. 몽구스의 공연이었는데, 입장하자마자 결코 재즈라고는 할 수 없는 시끄러운 락 음악이 들렸는데...흠. 보컬의 목소리는 묻히고 음악소리만 쩌렁쩌렁한것이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역시 별로였는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른 데로 갈 것을 제안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우리 스타일이 아닌거 같아요. 안녕.

다시 수변무대로 돌아왔다. 계속 그냥 여기나 앉아 있을걸. 조윤성&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는데 조윤성 그의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 드럼신 백인남과 훈훈한 재즈기타리스트, 술 한잔 걸치고 색소폰 부는 듯하던 외국인 아저씨,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매혹적인 보컬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그래, 이게 재즈의 정석이지. 암, 그렇고 말고. 박수가 아깝지 않은 멋진 공연이었다.

자, 이제 드디어 우리의 계획을 실행할 시간. 스윗소로우의 공연을 보러 Sparkling Dome으로 출동. 역시 스윗소로우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초대 게스트가 아니라 마치 자신들의 단독 콘서트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던, 자신들은 재즈와는 관련이 없지만 서울과는 관련이 있다며 서울 '재즈'(아주 작은 목소리로) 페스티벌!을 외치던 사랑스런 그들은 역시 무대에서도 최고였다. 달달한 가사들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다음은 원래 제프버넷의 공연을 보기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의 공연을 보러 수변무대로 돌아가는 중에 알 수 없는 긴~~~정말 긴~~~줄이 있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그것은 바로 제프버넷의 공연을 보기 위한 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기 있단 말이야? 난 이번 페스티벌이 있기 전까지는 그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는데...인기가 실로 대단하군. 결국 우리는 긴 줄에 굴복하고 차라리 킹컨을 보려면 이런 사태가 또 벌어지기 전에 자리를 잘 잡아야 하니 88잔디마당-May Forest로 발걸음을 돌렸다.

돗자리를 깔고 자리잡은 인파들이 몰린 잔디마당에서 스테이지와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잡기위해 30여분 고군분투하던 차, 빗방울이 하나둘 씩 떨어지자 사람들은 서서히 자리를 뜨는 듯 했다. 그 틈을 타 좋은 자리 하나 겟. 돗자리를 깔고 우리가 사온 간식들을 냠냠 먹으면서 킹컨의 공연을 기다렸다.

드디어 킹컨의 공연시간! 킹컨은 왔는데...비도 왔다. 허허. 아직은 빗줄기가 그리 강하지 않으니 우산+우비의 조합이라면 커버가 되겠지. 우산을 펼쳐들고 서서 관람하는 일부 몰상식한 관객들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이내 스텝들이 달려와 통제하고, 우리는 스크린으로나마 킹컨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있었다. 사실 나에게는 데미안 라이스가 메인이었는데, 메인이라고 해도 손색없을만큼, 킹컨은 매력적이었다. 무대에서 잘 '노는' 그들은 음악과 하나였고, 비오는 여름밤 우리를 우수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기들의 고향인 노르웨이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자기들이 비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며 우리에게 미안해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괜찮아요, 비맞으며 관람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아쉽게 킹컨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은 드디어 데미안 라이스의 스테이지.
아직 공연까지는 한시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야속한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져만 가고 야심차게 이 날을 위해 구입했던 내 사랑스런 돗자리도 엉망이 되었다. 온도는 점차 떨어지고 온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아 정말 최악이야. ㅠ.ㅠ아무래도 데미안의 공연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나는 데미안의 딱 한곡만 듣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너무 춥고 지친 상태라 더이상 공연을 즐길 힘이 없었기에. 자리를 정돈하고 마지막 공연을 즐기기 위해 일어섰다.

8시 30분. 드디어 오셨네. 우리의 쌀(Rice) 아저씨.
아저씨 보려고 내가 서울까지 와서 비오는 데도 이 고생하며 앉아있었어요. 엉엉....
역시 최고. 비가 와도 기다린 보람이 있군영...그래도 난 가야 돼요 너무 힘들어요ㅠㅠ
그렇게 그의 첫곡이 끝나고 우리는 성급히 자리를 떴다. 결국 나는 내 페이버릿이었던 그의 명곡, 'Blower's daughter'를 육성으로 듣지 못한 채로....
괜찮아. 나에겐 유투브가 있다....하하........

그래도 이번 재즈페스티벌, 정말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했기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모든 게 다 추억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몸은 다 젖었지만 행복했던 우리.

다음 클래지콰이 콘서트도 너무나 기대된다! ♥
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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