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왜 자살하지 않는가

왜 자살하지 않는가?


1.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 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정신은 아홉 개 또는 열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그런데 왜 카뮈는 왜 자살하지 않았을까?


2.

유시민씨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들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3.

그렇다면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나는 책을 사서 맨 먼저 여백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살고 싶어지는 내가 되길 바랍니다. 살고 싶습니다, 잘' 그리고 나서 머지 않아 왜 사는가에 대해 읽게 된 것이다. 나는 간절하게 삶을 갈구하지만, 거기에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있는 사람인가? 각성하고 사는 사람인가? 하여 굳이 대답을 만들어내자면 나는 잘 죽고 싶어서 혹은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자살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야 겠다. 우선 나는 잘 죽고 싶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살고 싶고, 가슴보다는 몸으로 살고 싶다. 그러다 몸을 다 쓰고나면 감사하게 죽고 싶다. 우리는 살아온 만큼 죽는다. 그러니 잘 죽고 싶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잘 살고 싶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 말은 곧 현재진행형이 된다. 나는 잘 살다가 잘 죽고 싶을 뿐, 그렇다고 영원불멸을 바라지는 않는다. 이게 자살하지 않는 이유로 충분할까? 하지만 이건 이유라기보다는 태도에 가깝다. 내가 자살하지 않는 이유는, 변태(變態)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모두 내안에 있는 재료들로. 애벌레가 번데기나 나비가 되듯. 허무맹랑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꼭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환골탈태할 것이다. 그레고리 잠자처럼 바퀴벌레가 되거나 송혜교처럼 예뻐진다는 외모적 변화가 아니라, 살아 있는 순간을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너무 사랑해서 자살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가 너무 궁금해서 눈을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는, 여태까지 살고 있다.


4.

마흔일곱 살에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카뮈는 행동으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세상과 삶 그 자체가 부조리라고,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사형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자살은 이 부조리를 알고 체념하는 것이다. 살아가려면 체념하지 말고 반항해야 한다. 있는 힘을 다해 모든 것을 소모하면서 살고, 이 해결할 수 없는 부조리와 끝내 화해하지 않은 채 죽어야 한다. 지금 이순간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살아야 한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Like a dream

아직도 가끔은 말이야

니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어, 여긴 니가 있을 곳이 아닌데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달콤한 주말 행복한 시간 이후 잠시라도 떨어져 있게 되면
그새 니가 없어져 버릴까봐 겁이 나.

이상하지.
넌 그 자리에서 항상 날 사랑한다 지켜주겠다 말하는데
니가 나 없는 동안 증발해 버리는 것도 아닌데
난 항상 불안하고 걱정돼.

이 모든 게 다 꿈 같아서
왠지 나만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갑자기 이렇게 행복한 게 너무나 이상해서
그러면 그렇지, 이 모든 건 역시 꿈이었나보다 하고서는
너를 다시 보기 전까지, 나를 꼭 안고 입맞추는 너를 다시 느끼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긴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네 품에 안겨
아, 이건 꿈이 아니었구나 하는거야

그래. 이건 꿈이 아니야.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Seoul Jazz Festival 2013

20130518

근 3개월을 기다려 온 공연.
Damien Rice, MIKA, Kings of Convenience, Wouter Hamel, Jeff Bernat, Ramsey Lewis 등등
내로라하는 전세계 재즈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바로 그 곳, 서울 재즈 페스티벌!

12시 반부터 공연은 시작되었으나 우리의 오늘 목표는 스윗소로우, 제프버넷, 킹컨, 데미안 이었기에- 여유롭게 잠실 롯데마트에 들러 치킨, 빵, 과자, 생수를 잔뜩 사들고 들뜬 마음으로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날씨는 생각보다 덥진 않았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우리에겐 우비와 우산이 있기에...
티켓을 팔찌로 교환하고, 드디어 입장!

아직은 인기있는 공연들이 시작할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은 많이 없었다. 예상했던 교통대란도 없었고.

아무튼 우리의 첫번째 관람 스테이지는 Spring Garden. 수변무대였는데 뒷편에는 분수가 솟아오르고 계단식 구조로 이루어진 관람석이 너무 예쁜 무대였다. 원펀치라는 그룹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잘 몰랐던 그룹이지만 햇살과 바람과 분수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부드럽고 평화로운 연주가 너무 좋았고,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는 그런 상큼한 무대였다. 누구라도 한번쯤 그들의 공연을 보면 팬이 될 것 같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두번째로 우리는 무대를 옮겨 Sparkling Dome 으로 향했다. 몽구스의 공연이었는데, 입장하자마자 결코 재즈라고는 할 수 없는 시끄러운 락 음악이 들렸는데...흠. 보컬의 목소리는 묻히고 음악소리만 쩌렁쩌렁한것이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역시 별로였는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른 데로 갈 것을 제안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우리 스타일이 아닌거 같아요. 안녕.

다시 수변무대로 돌아왔다. 계속 그냥 여기나 앉아 있을걸. 조윤성&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는데 조윤성 그의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 드럼신 백인남과 훈훈한 재즈기타리스트, 술 한잔 걸치고 색소폰 부는 듯하던 외국인 아저씨,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매혹적인 보컬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그래, 이게 재즈의 정석이지. 암, 그렇고 말고. 박수가 아깝지 않은 멋진 공연이었다.

자, 이제 드디어 우리의 계획을 실행할 시간. 스윗소로우의 공연을 보러 Sparkling Dome으로 출동. 역시 스윗소로우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초대 게스트가 아니라 마치 자신들의 단독 콘서트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던, 자신들은 재즈와는 관련이 없지만 서울과는 관련이 있다며 서울 '재즈'(아주 작은 목소리로) 페스티벌!을 외치던 사랑스런 그들은 역시 무대에서도 최고였다. 달달한 가사들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다음은 원래 제프버넷의 공연을 보기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의 공연을 보러 수변무대로 돌아가는 중에 알 수 없는 긴~~~정말 긴~~~줄이 있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그것은 바로 제프버넷의 공연을 보기 위한 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기 있단 말이야? 난 이번 페스티벌이 있기 전까지는 그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는데...인기가 실로 대단하군. 결국 우리는 긴 줄에 굴복하고 차라리 킹컨을 보려면 이런 사태가 또 벌어지기 전에 자리를 잘 잡아야 하니 88잔디마당-May Forest로 발걸음을 돌렸다.

돗자리를 깔고 자리잡은 인파들이 몰린 잔디마당에서 스테이지와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잡기위해 30여분 고군분투하던 차, 빗방울이 하나둘 씩 떨어지자 사람들은 서서히 자리를 뜨는 듯 했다. 그 틈을 타 좋은 자리 하나 겟. 돗자리를 깔고 우리가 사온 간식들을 냠냠 먹으면서 킹컨의 공연을 기다렸다.

드디어 킹컨의 공연시간! 킹컨은 왔는데...비도 왔다. 허허. 아직은 빗줄기가 그리 강하지 않으니 우산+우비의 조합이라면 커버가 되겠지. 우산을 펼쳐들고 서서 관람하는 일부 몰상식한 관객들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이내 스텝들이 달려와 통제하고, 우리는 스크린으로나마 킹컨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있었다. 사실 나에게는 데미안 라이스가 메인이었는데, 메인이라고 해도 손색없을만큼, 킹컨은 매력적이었다. 무대에서 잘 '노는' 그들은 음악과 하나였고, 비오는 여름밤 우리를 우수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기들의 고향인 노르웨이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자기들이 비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며 우리에게 미안해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괜찮아요, 비맞으며 관람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아쉽게 킹컨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은 드디어 데미안 라이스의 스테이지.
아직 공연까지는 한시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야속한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져만 가고 야심차게 이 날을 위해 구입했던 내 사랑스런 돗자리도 엉망이 되었다. 온도는 점차 떨어지고 온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아 정말 최악이야. ㅠ.ㅠ아무래도 데미안의 공연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나는 데미안의 딱 한곡만 듣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너무 춥고 지친 상태라 더이상 공연을 즐길 힘이 없었기에. 자리를 정돈하고 마지막 공연을 즐기기 위해 일어섰다.

8시 30분. 드디어 오셨네. 우리의 쌀(Rice) 아저씨.
아저씨 보려고 내가 서울까지 와서 비오는 데도 이 고생하며 앉아있었어요. 엉엉....
역시 최고. 비가 와도 기다린 보람이 있군영...그래도 난 가야 돼요 너무 힘들어요ㅠㅠ
그렇게 그의 첫곡이 끝나고 우리는 성급히 자리를 떴다. 결국 나는 내 페이버릿이었던 그의 명곡, 'Blower's daughter'를 육성으로 듣지 못한 채로....
괜찮아. 나에겐 유투브가 있다....하하........

그래도 이번 재즈페스티벌, 정말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했기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모든 게 다 추억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몸은 다 젖었지만 행복했던 우리.

다음 클래지콰이 콘서트도 너무나 기대된다! ♥
D-12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past-present-future

나는 현재에 살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과거를 기웃거리며 돌아본다.

미래를 단정짓고 포기하려 한다.

현재는 나에게 무엇인지 망각한 채

자꾸만 과거와 미래만을 번갈아가며 신경쓴다.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위해 나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을 위한 것임을

나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

2013년 5월 5일 일요일

부딪히다

가끔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나는 이해 못하는 게 아닌데

넌 이해를 못하는 거 같을 때

정말 별것 아닌 일로 부딪히게 될 때

그래서 점점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될 때

왜 그런 말을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고 되뇌이면서

그냥 잊는게 상책이라고 달래본다


2013년 5월 1일 수요일